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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오피스텔의 그림자, "사장님은 권한이 없으세요"
서울 마포구의 한 신축 오피스텔. 사회초년생인 지민 씨는 직장과 가깝고 인테리어가 훌륭한 이 오피스텔을 보자마자 마음을 뺏겼다. 시세보다 3천만 원이나 저렴한 전세 보증금, 그리고 풀옵션 가전까지.
"이런 물건은 금방 나가요. 오늘 당장 가계약금 안 넣으면 내일은 없어요."
중개보조원의 재촉에 지민 씨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그런데 소유자란에 낯선 이름이 적혀 있었다. 'OO자산신탁'. 사람 이름이 아니었다.
"소장님, 집주인이 신탁회사로 되어 있는데요? 이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지민 씨가 불안해하며 묻자, 옆에 있던 50대 남성이 껄껄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시행사 대표 김철수'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고, 아가씨. 내가 이 건물을 지은 진짜 주인이에요. 신탁회사는 그냥 대출 때문에 명의만 잠깐 맡겨둔 거고, 실질적인 소유권은 나한테 있어요. 내가 계약서 쓰고 도장 찍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보증금도 내 개인 통장으로 보내면 돼요. 수수료도 깎아줄게."
중개사 역시 거들었다. "대표님이 건물주 맞아요. 신탁 등기는 요즘 신축 오피스텔은 다 이렇게 해요. 관례입니다, 관례."
'관례'라는 말과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유혹에 지민 씨는 결국 '김철수'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그의 개인 계좌로 2억 원을 송금했다. 확정일자도 받았고 전입신고도 마쳤기에 안전하다고 믿었다.
1년 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피스텔 현관문에 빨간 딱지가 아닌, '공매 예고 통지서'가 붙은 것이다. 놀란 지민 씨가 신탁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제가 여기 세입자인데요, 공매라니요? 저 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는 거죠?"
수화기 너머 신탁회사 직원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고객님, 저희는 김철수 씨에게 임대차 계약 권한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고객님은 저희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거주하고 계신 불법 점유자입니다. 보증금은 김철수 씨에게 받으셔야지 저희는 책임이 없습니다. 퇴거 준비하십시오."
지민 씨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김철수 대표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확정일자도, 전입신고도, 신탁 등기된 부동산 앞에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전 재산 2억 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 화려했던 오피스텔은 지민 씨에게 지옥이 되어버렸다.
💡 신탁회사의 '서면 동의' 없이는 절대 계약하지 마세요
신탁 등기된 부동산은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신탁회사'입니다. 따라서 원래 집주인(위탁자)과 덜컥 계약을 맺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안전한 계약을 위한 핵심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의 주체 확인: 원칙적으로 임대차 계약은 등기상 소유자인 '신탁회사'와 체결해야 합니다.
위탁자(원주인)와 계약 시 필수 조건: 만약 위탁자와 계약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신탁회사의 '임대차 동의서' 및 우선수익자(주로 대출해 준 금융기관)의 '동의서'를 서면으로 받아야 합니다.
보증금 입금 계좌: 보증금은 위탁자(원주인)의 개인 계좌가 아니라, 신탁원부나 동의서에 명시된 '신탁 전용 계좌'로 입금해야 합니다.
신탁원부 발급 및 확인: 등기소에서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신탁 계약의 특약 사항(임대차 권한, 보증금 반환 의무자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신탁 부동산의 구조와 안전장치 완벽 분석
신탁 등기된 오피스텔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법적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성이 큽니다. 왜 위험한지, 그리고 어떻게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신탁 등기란 무엇인가? 🏛️
건축주(위탁자)가 자금이 부족할 때, 소유권을 신탁회사(수탁자)에 넘기고 신탁회사의 신용으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거나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담보신탁'이라고 합니다.
위탁자: 원래 집주인 (실질적 주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적 소유권 없음)
수탁자: 신탁회사 (등기부등본상 법적 소유자)
우선수익자: 대출해 준 은행 등 (돈 받을 권리가 1순위인 곳)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탁자는 신탁회사의 허락 없이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2. '신탁원부'는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단순히 'OO신탁'이라고만 나와 있고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없습니다. 이 세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신탁원부'입니다.
발급 방법: 인터넷 발급 불가. 가까운 등기소에 직접 방문하여 발급받아야 합니다.
확인해야 할 핵심 내용:
임대차 권한: "임대차 계약은 수탁자(신탁사)의 승낙 하에 위탁자(원주인)가 체결한다" 등의 문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 반환 의무: 보증금 반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주로 위탁자에게 있다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 필요) 확인해야 합니다.
3. 최우선 변제권의 함정 (대항력 불가) ⚠️
일반적인 전세 계약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으면 '대항력'이 생겨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일부 보호받습니다. 하지만 신탁회사의 동의 없는 계약은 '불법 점유'로 간주됩니다.
신탁회사가 "우리는 이 계약 모른다"라고 하면, 세입자는 그 즉시 쫓겨나게 되며, 보증금은 위탁자 개인에게 민사 소송으로 받아내야 하는데, 위탁자가 파산하면 돌려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탁사의 동의서를 계약서에 첨부해야만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4. 보증금은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
이것이 가장 큰 사기 유형입니다. 위탁자는 "내 건물이니 내 통장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신탁 계약상 임대 보증금은 대출금 상환 등에 우선 쓰여야 하므로, 반드시 신탁회사 명의의 계좌 또는 신탁회사와 우선수익자(은행)가 동의한 지정 계좌로 입금해야 합니다.
위탁자 개인 계좌로 입금된 돈은 횡령되거나 다른 빚 갚는 데 쓰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5. 특약 사항 작성 팁 ✍️
계약서 특약란에 다음 문구를 반드시 넣으세요.
"본 계약은 수탁자(신탁회사) 및 우선수익자(금융기관)의 서면 동의를 조건으로 하며, 동의서를 잔금일 전까지 제출하지 못할 시 계약은 무효로 하고 계약금은 즉시 반환한다." "임대차 보증금은 신탁회사가 지정하는 계좌로 입금한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중개사가 "신탁 말소 조건"으로 계약하면 된다는데 안전한가요?
👉 A. 절반만 안전합니다. '신탁 말소 조건'이란,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위탁자가 신탁회사 빚을 갚고 신탁 등기를 지운 뒤, 소유권을 다시 위탁자 앞으로 가져오겠다는 뜻입니다.
주의점: 잔금일에 법무사가 동행하여 대출 상환과 신탁 말소 등기 신청이 동시에 이루어지는지 눈앞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잔금을 줬는데 빚을 안 갚고 도망가면 보증금은 날아갑니다. 가능하다면 잔금을 은행에 직접 상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이 가능한가요?
👉 A. 대부분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롭습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나 SGI(서울보증보험) 등은 신탁 등기된 부동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보증 가입을 거절합니다. 신탁 말소 조건이거나, 신탁회사가 임대인으로서 직접 계약하고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보증 보험 가입이 안 된다면 계약하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Q3. 신탁원부는 어디서 떼나요? 인터넷으로 안 되나요?
👉 A. 네, 인터넷 등기소에서는 발급이 불가능합니다. 번거롭더라도 신분증을 지참하고 가까운 법원 등기소(등기국)에 직접 방문하여 발급받아야 합니다. 계약 전 반드시 직접 떼어보거나, 중개사에게 발급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Q4. 이미 위탁자 개인 계좌로 계약금을 보냈는데 어떡하죠?
👉 A. 즉시 중개사와 위탁자에게 연락하여 신탁회사의 동의서를 요구하십시오. 만약 동의서를 받아주지 못한다고 하면 계약금 반환을 요구해야 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신탁회사 담당 부서(보통 자산관리팀)에 전화하여 해당 호수의 임대차 계약 사실을 알리고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Q5. 월세 계약도 위험한가요?
👉 A. 전세보다는 덜 위험하지만(보증금 액수가 적으므로), 역시 위험합니다. 보증금이 소액이라 최우선변제권 범위 내에 든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탁 부동산은 일반 경매가 아닌 '공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신탁 동의 없는 계약은 최우선변제권조차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월세라도 신탁사 동의는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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