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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가 되어버린 비상구, 김 대리의 식은땀
2026년 2월 12일, 충남 천안의 한 신축 상가 건물. 소방안전관리자 2급 자격증을 갓 취득한 '김철수' 대리는 오늘 건물 인수 전 마지막 현장 점검을 나왔다. 도면상으로는 완벽했다. 5층부터 1층까지 쭉 뻗은 직통계단, 규정에 맞는 유효너비, 그리고 완벽한 내화구조.
"자, 그럼 엘리베이터 말고 비상계단으로 한번 내려가 보시죠."
시공사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며 5층 비상구 문을 열었다. 묵직한 방화문이 열리고 서늘한 계단실 공기가 느껴졌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김 대리는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 4.5층 쯤 되는 계단참(Odoriba)을 돌아서 4층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그의 눈앞에 떡하니 '또 다른 철문'이 나타났다.
"어? 이게 뭐죠?"
김 대리가 당황하며 물었다. 시공사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 각 층 보안 때문에 계단실 중간에도 문을 달아달라는 건축주 요청이 있어서요. 방화문이니 화재 시에는 안전합니다."
김 대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밀었다. 꽤 힘을 줘야 열렸다. 4층에 도착했다. 다시 3층으로 내려가려는데, 또 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5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려면, 각 층의 계단실 입구 문을 제외하고도 계단 통로 중간에 있는 문을 4번이나 더 열어야 했다.
'이게 말이 되나? 불이 나서 연기가 자욱한데, 사람들이 뛰어 내려가다가 이 문에 부딪히면? 문이 고장 나서 안 열리면?'
김 대리의 머릿속에 아찔한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내려오다가 이 중간 문 앞에서 뒤엉켜 넘어지는 모습. 앞사람이 문을 여는 동안 뒷사람은 멈춰야 하고, 그 딜레이가 쌓여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게 뻔했다.
"담당자님, 이건 직통계단이 아니라 '장애물 경기장'인데요? 법적으로 이게 됩니까?"
"글쎄요, 문이 있으면 방화 구획이 더 잘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던데..."
담당자의 말끝이 흐려졌다. 김 대리는 주머니에서 건축법규 수첩을 꺼냈다. 이 기형적인 구조,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과연 이 '문의 미로'는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을까?
💡 해당 구조는 건축법상 '직통계단'의 요건을 위반한 '위법 구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질문자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단실 내부의 동선(계단참 등)에 층마다 문을 설치하여 피난 시마다 문을 열고 통과해야 하는 구조는 건축법령이 요구하는 '직통계단' 및 '피난계단'의 기능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위법 사항으로 판단됩니다.
✅ 핵심 위법 사유 및 근거
'직통'의 의미 위반: 건축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른 '직통계단'은 피난층까지 "직접 연결"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직접'이란 피난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 없이 연속적으로 이동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계단 흐름 중간에 설치된 문은 명백한 피난 장애물입니다.
피난계단의 구조 위반: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에 따르면, 피난계단은 불연재료로 마감하고 내화구조로 해야 하며, "계단실" 자체를 하나의 방화 구획으로 봅니다. 즉, 복도에서 계단실로 들어오는 문(방화문)은 필수지만, 계단실 내부를 다시 문으로 쪼개는 행위는 피난의 연속성을 해치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유권해석의 논리: 법제처는 유사 사례(피난계단을 거실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등)에서 "피난계단은 그 자체가 피난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피난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해석을 일관되게 내리고 있습니다.
📝 왜 계단 중간의 문은 불법일까? (법리적 분석)
단순히 불편한 것을 넘어, 왜 이 구조가 건축법과 소방 관련 법령에서 엄격히 금지되는지 상세한 법적 근거와 논리를 분석해 드립니다.
1. '직통계단'의 법적 정의와 '직접 연결' 📜
[건축법 시행령 제34조]: 건축물의 피난층 외의 층에서는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해석: '직통(Direct)'이라 함은, 거실에서 출발하여 계단에 진입한 순간부터는 피난층(1층)까지 어떠한 방해 없이 일사천리로 내려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문제점: 질문하신 구조처럼 계단참(Landing)마다 문이 있다면, 피난자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멈춰 서서 문을 열고, 다시 닫히는 문을 피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이는 심각한 '병목 현상(Bottleneck)'을 유발하여 대형 인명 피해의 원인이 됩니다.
2. 피난계단의 '단일 방화구획' 원칙 🔥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피난계단은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내화구조의 벽으로 감싸야 한다.
논리: 이 조항은 계단실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굴뚝' 같은 안전 구역으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입구에서 방화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 안은 안전해야 합니다.
위반: 계단 중간에 문을 설치하는 것은 계단실이라는 단일 방화구획을 인위적으로 나누는 행위입니다. 이는 피난 시 연기 배출(제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문이 잠기거나 고장 날 경우 피난로 자체가 봉쇄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3. 법제처 및 국토부의 유권해석 경향 ⚖️
비록 질문자님의 사례와 100% 동일한(계단참에 문 설치) 텍스트의 공개된 질의회신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유사한 법리로 유추할 수 있는 해석들이 있습니다.
[법제처 법령해석 15-0567 참조]: 직통계단이 되기 위해서는 "피난층까지 이르는 경로가 계단과 계단참만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다른 거실이나 통로를 거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합니다.
적용: 계단 중간에 문이 설치되면, 문과 문 사이의 공간이 사실상 '계단'이 아닌 '전실'이나 '복도'의 성격을 띠게 되어, "직접 연결" 요건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소방청 질의회신: "피난계단 내부에는 피난에 장애가 되는 물건을 적치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입니다. 문(Door)은 통행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설물입니다.
4. 예외가 있는가? (특별피난계단)
특별피난계단의 경우, '거실 -> 부속실(전실) -> 계단실'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부속실과 계단실 사이에 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계단실로 진입하기 전의 문이지,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수직 이동 중)에 있는 문이 아닙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계단 진행 동선 중간"에 문이 있는 것은 어떤 형태의 피난계단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평소에 문을 활짝 열어두면 괜찮지 않을까요?
👉 A. 아니요, 그래도 불법입니다. 방화문은 화재 시 닫혀야 제 기능을 합니다(자동폐쇄장치). 평소에 열어둔다고 해도, 화재 신호를 받으면 닫히게 되는데, 그러면 피난 시 장애물이 되는 건 똑같습니다. 또한, 고정장치(도어스토퍼)로 강제 개방하는 것 자체가 소방시설법 위반(과태료 대상)입니다.
Q2. 보안 때문에 설치했다고 하는데 방법이 없나요?
👉 A. 보안은 계단실 '진입부'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각 층의 복도에서 계단실로 들어오는 방화문에 '자동개폐장치(화재 시 자동 풀림)' 기능이 있는 도어락을 설치하여 보안을 유지해야지, 계단 통로 중간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Q3. 이미 준공이 난 건물인데 어떻게 하죠?
👉 A. 관할 구청이나 소방서에 민원 제기 및 시정 명령 대상입니다. 만약 준공 당시에는 없었다가 나중에 설치했다면 명백한 무단 증축/대수선에 해당할 수 있으며, 준공 때부터 있었다면 감리나 허가권자의 과실일 수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 건축과에 문의하여 시정 명령(철거)을 받아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Q4. 문을 떼어내고 문틀만 남기면 되나요?
👉 A. 문짝을 떼어내면 피난 장애는 해소됩니다. 문이 없으면 통행에 지장이 없으므로 '직통계단'의 요건은 충족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틀이 튀어나와 있어 피난 시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다면 문틀까지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5. 이 구조가 허용되는 유일한 경우는 없나요?
👉 A. 사실상 없습니다. 피난계단은 '생명의 통로'입니다. 아주 특수한 보안 시설(군사 시설 등)이 아닌 일반 건축물에서 수직 피난 동선을 문으로 가로막는 설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위험한 설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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