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전세권 설정을 혼자 하려니 막막해요. 계약서 작성법과 승계 문구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7월의 불청객, 그리고 나홀로 등기 전쟁

2025년 8월, 천안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자취 5년 차 직장인 '수진' 씨는 퇴근길에 공인중개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진 씨, 집주인이 바뀌었어요. 이번 달 초에 매매 잔금 치르고 등기 넘어갔습니다."

지난 3월, 꼼꼼하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확정일자까지 받아두었던 나의 소중한 전셋집. 하지만 입주 4개월 만에 주인이 바뀌다니, 뉴스에서만 보던 '깡통전세'나 '전세 사기' 괴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새 집주인은 젠틀해 보였다. 그는 수진 씨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 계약은 당연히 100% 승계하고, 원하신다면 전세권 설정 등기도 해주겠다"

고 제안했다.

수진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이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법무사를 쓰자니 수수료가 30~50만 원은 족히 나올 것 같았다. 

'그래, 요즘은 셀프 등기 시대잖아! 내가 직접 해보자.'

호기롭게 인터넷 등기소와 블로그를 뒤지며 서류를 준비하던 수진 씨. 인감증명서, 등기권리증, 위임장... 하나하나 체크리스트를 지워가던 중, 가장 중요한 [전세권 설정 계약서] 앞에서 펜을 멈췄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표준 양식은 모두 '지금 돈을 주고, 지금 계약하는' 상황뿐이었다.

'나는 돈을 3월에 이미 옛날 주인한테 줬는데? 제1조에 돈을 지급하고 사용하게 한다고? 새 주인은 나한테 돈 받은 적 없잖아. 이걸 그대로 써도 되나? 날짜는 3월로 써야 해, 오늘로 써야 해?'

모니터 속 커서는 깜빡이는데, 수진 씨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갔다. 등기소에 갔다가 "서류 미비입니다. 다시 해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땀 뻘뻘 흘릴 상상을 하니 아찔했다. 그녀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임대인 변경 후 전세권 설정 계약서 작성법". 과연 수진 씨는 무사히 내 집 지키기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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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계' 사실을 명시하고, 기간은 '최초 계약일'부터 기재해야 합니다.

질문자님, 정말 열심히 공부하셨네요! 셀프 등기의 핵심은 '실체적 권리관계의 정확한 반영'입니다. 일반적인 양식 그대로 쓰시면 등기관이 "돈을 지금 또 준 겁니까?"라고 오해하거나 보정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질문자님이 작성하신 초안이 매우 훌륭합니다만, 등기소에서 가장 선호하는 깔끔한 법률적 문구로 다듬어 드립니다. 아래 내용을 그대로 전세권 설정 계약서 별지에 기재하거나 수정하여 사용하시면 됩니다.

✅ 전세권 설정 계약서 필수 작성 가이드

1. 제1조 (전세금 및 승계 확인)

  • 작성 포인트: 현 임대인이 돈을 직접 받은 게 아니라, 채무를 인수한 것임을 명시해야 합니다.

  • 추천 문구:

    "전세권설정자(현 소유자)는 전세권자(세입자)와 전 소유자 간에 2025년 3월 O일 체결된 임대차계약(보증금 금 OOO원)상의 임대인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음을 확인하며, 이에 따라 전세금은 금 OOO원으로 하고 전세권자에게 해당 부동산을 사용·수익하게 한다."

2. 제2조 (전세금 지급 시기)

  • 작성 포인트: 돈은 이미 과거에 넘어갔음을 밝혀야 합니다.

  • 추천 문구:

    "위 전세금은 종전 임대차계약에 따라 2025년 3월 O일에 전액 지급 완료된 것으로 갈음한다."

3. 제3조 (존속기간)

  • 작성 포인트: 전세권의 존속기간은 원래 임대차 계약기간과 일치시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설정 계약일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 추천 문구:

    "전세권의 존속기간은 2025년 3월 O일(최초 계약일)부터 2027년 3월 O일(만기일)까지로 한다."

4. 작성 연월일

  • 작성 포인트: 계약서는 오늘(작성하는 날) 날짜로 씁니다. 과거로 소급해서 쓰면 사문서 위조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 등기소에서 통과되는 계약서의 비밀

왜 이렇게 작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셀프 등기 시 놓치기 쉬운 디테일한 부분들을 상세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1. '승계' 문구가 왜 중요한가요? 🔗

등기소 등기관은 서류만 보고 판단합니다.

  • 일반 양식의 문제: 일반적인 전세권 설정 계약서 제1조는 "전세금을 지급하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양식을 그대로 쓰면, 새 집주인이 질문자님께 오늘 돈을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나중에 집주인이 "나 돈 받은 적 없다, 이거 무효다"라고 딴소리를 할 수도 있고, 세무적으로도 증여세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 해결책: 따라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승계했다'는 내용을 제1조에 박아두는 것이, 전세권 설정과 동시에 집주인의 채무 인정을 확실히 하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입니다.

2. 존속기간은 왜 과거 날짜를 쓰나요? ⏳

  • 등기의 효력 vs 계약의 기간: 전세권 등기의 '대항력(순위)'은 등기 접수일(오늘 이후)부터 발생합니다. 하지만 전세권이라는 권리 자체의 '사용 기간'은 실제 임대차 기간과 일치해야 합니다.

  • 만약 오늘 날짜부터 2년을 잡으면, 실제 임대차 종료일(27년 3월)과 등기부상 종료일(27년 8월)이 달라져서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 혼선이 생깁니다. 따라서 기간은 '임대차 계약서' 기준으로 작성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3. 셀프 등기 시 챙겨야 할 서류 체크리스트 📋

계약서 작성을 마쳤다면 다음 서류를 꼼꼼히 챙기세요. 하나라도 빠지면 헛걸음합니다.

  • 전세권 설정자 (새 집주인): 인감증명서(일반용, 3개월 이내), 인감도장(위임장에 날인), 등기필정보(등기권리증 - 일련번호와 비밀번호 필요), 주민등록초본(주소 변동 내역 포함).

  • 전세권자 (질문자님): 주민등록등본, 도장(막도장 가능), 신분증, 임대차계약서 원본(혹시 모르니 지참), 등록면허세 납부 영수증, 등기신청수수료 영수증.

4.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

법무사 수수료는 아꼈지만, 세금은 내야 합니다.

  • 등록면허세: 전세 보증금의 0.2% (예: 1억이면 20만 원).

  • 지방교육세: 등록면허세의 20% (예: 4만 원).

  • 등기신청수수료: 15,000원 (e-폼 작성 시 13,000원).

  • 국민주택채권: 보증금 액수나 지역에 따라 매입해야 할 수도 있으니 등기소나 은행에 미리 확인하세요.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전세권 설정을 하면 확정일자는 필요 없나요? 

👉 A. 아니요, 둘 다 유지하는 것이 최강의 방어입니다. 전세권 설정은 물권으로서 경매 신청권 등 강력한 권한이 있지만, 선순위 채권이 있을 경우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받아둔 확정일자의 효력(3월)이 전세권 설정일(8월)보다 빠르므로, 확정일자의 대항력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전세권은 '추가적인 보험'이라고 생각하세요.

Q2. 집주인이 인감도장을 안 주고 위임장만 써주겠대요. 

👉 A. 위임장과 전세권설정계약서에 인감도장을 '선명하게' 찍어달라고 하세요. 셀프 등기 시 집주인이 등기소에 동행하지 않는다면, 위임장전세권설정계약서 이 두 곳에는 반드시 집주인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어야 합니다. 도장을 받아올 필요는 없지만, 서류에 도장은 찍혀 있어야 접수가 가능합니다.

Q3. 계약서 양식은 어디서 구하나요? 

👉 A.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자료실을 이용하세요. 인터넷에 떠도는 사설 양식보다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 자료센터 > 등기신청양식 > '전세권설정등기신청'을 다운로드하면 표준 계약서 양식이 포함되어 있거나 별도로 있습니다. 이를 다운받아 위에서 알려드린 내용으로 수정해서 쓰시면 됩니다.

Q4. 특약 사항에 더 넣을 게 있을까요? 

👉 A. "임대인은 전세권 설정 등기에 필요한 서류 제공에 협조한다"는 문구는 기본입니다. 이미 구두로 합의했지만, 계약서에 이 문구를 넣어두면 나중에 말소할 때나 변경할 때 협조를 구하기 더 쉽습니다. 또한 "전세권 말소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것이 관례이므로, 이를 특약에 넣으면 집주인이 더 안심할 것입니다.

Q5. 다 작성했는데 불안해요. 누가 봐줄 사람 없나요? 

👉 A. 관할 등기소의 '민원 상담관'을 활용하세요. 등기소에는 등기 절차를 도와주는 민원 상담관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서류를 접수창구에 내기 전에, 상담관에게 "셀프로 작성했는데 검토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면 친절하게 오타나 누락된 부분을 봐줍니다. 겁먹지 말고 방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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