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갱신청구권 썼다가 번복하고 만기에 나가겠다는 세입자, 법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10월의 문자와 11월의 배신

2026년 2월 12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의 한 아파트. 집주인 성훈 씨는 베란다 창밖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는 한 달 전, 아니 정확히는 두 달 전 세입자 민지 씨와 주고받은 문자가 야속하게 남아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3개월 전인 10월이었다. 전세 만기를 앞두고 성훈 씨는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

민지 씨, 1월 만기인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시세가 좀 올라서 보증금 5% 정도 증액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민지 씨에게 답장이 왔다. 

사장님, 저 계약갱신청구권 쓸게요. 5% 증액은 알겠습니다. 일단 계속 살겠습니다.'

성훈 씨는 안도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러 다니는 번거로움도 줄었고, 무엇보다 전세금 반환 대출을 알아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2년 더 맘 편히 두자." 

그는 아내에게도 세입자가 더 살기로 했다며 큰소리쳤고, 여유 자금을 다른 투자처에 묶어두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평온하던 일상은 11월, 만기를 딱 2개월 남겨둔 시점에 산산조각이 났다. 

'사장님, 죄송해요. 제가 사정이 생겨서 그냥 만기에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갱신 안 하고 이사하겠습니다. 보증금 준비 부탁드려요.'

성훈 씨는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산다고 했잖아! 갱신권 쓴다고 문자까지 남겨놓고 이제 와서 나간다니?"

그는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민지 씨, 저번에 갱신한다고 했잖아요. 제가 그거 믿고 돈을 다 써버렸는데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수화기 너머 민지 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사장님, 아직 계약서 쓴 것도 아니고, 증액 금액 입금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법적으로 2개월 전까지 통보하면 나갈 수 있다고 들었어요. 죄송하지만 만기에 돈 빼주세요."

성훈 씨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바뀐 세입자의 마음. 문자로 남긴 '갱신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법 앞에서 휴지 조각에 불과한 것일까? 당장 3억 원이 넘는 돈을 두 달 안에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밖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성훈 씨의 마음에는 더 매서운 한파가 들이닥쳤다.

전세재계약,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차보호법, 세입자변심, 전세보증금반환



💡 세입자의 번복은 '유효'합니다. 임대인은 만기에 맞춰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질문자님,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법적으로는 임차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퇴거를 막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 핵심 법적 판단 근거

  1. 해지 통보 기한 준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퇴거) 통보를 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3개월 전에 "살겠다"고 했다가, 2개월 전에 "나가겠다"고 번복했더라도, 최종 의사가 만기 2개월 전에 도달했다면 이는 적법한 해지 통보로 간주됩니다.

  2. 합의의 미완성: 질문자님께서 언급하신 대로 "보증금 인상률에 대해 합의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단순히 "더 살겠다"는 의사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계약 조건(증액 여부, 계약서 작성 등)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갱신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3. 갱신 후 해지권: 설령 갱신이 확정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갱신된 임대차에서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 통보를 할 수 있으며, 통보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갱신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만기 전)이므로, 임차인의 퇴거 의사는 더욱 강력한 효력을 갖습니다.


📝 왜 집주인은 세입자의 변심에 속수무책일까?

임대차 3법 이후 복잡해진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 관계, 그리고 왜 이번 사건에서 임대인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지 상세한 법리적 해석과 대응책을 분석해 드립니다.

1. '말 바꾸기'가 허용되는 마법의 구간 (6개월~2개월)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는 계약 갱신 거절의 통지 기간을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이 기간 안에는 임차인이 의사를 몇 번을 번복하든, 가장 마지막에 도달한 의사가 최종적인 효력을 갖습니다.

  • 만약 임차인이 만기 1개월 전에 갑자기 "나가겠다"고 했다면, 이는 묵시적 갱신이 된 것으로 보아 임대인이 "3개월 뒤에 돈을 주겠다"고 방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자님의 경우 '2개월 전'이라는 데드라인을 임차인이 정확히 지켰기 때문에, 법적으로 임대인은 만기일에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생깁니다.

2. '계약의 성립'으로 볼 수 있는가? 📜

문자로 "갱신청구권 사용합니다"라고 했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 불완전한 합의: 갱신 계약이 성립하려면 보증금, 기간 등 핵심 조건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보증금 인상분(5% 등)에 대한 합의나 입금이 없었으므로, 법원은 이를 '확정된 계약'보다는 '협상 중인 단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만약 인상된 보증금을 이미 받았거나, 구체적인 조건이 적힌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단순 문자 대화 상태라면 임차인의 변심은 보호받습니다.

3. 갱신청구권의 강력한 '해지권' 특성 🛡️

이 부분이 임대인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입니다.

  • 언제든 탈출 가능: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계약이 연장된 경우에도,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법 제6조의3 제4항).

  • 3개월의 유예: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 현재 상황 적용: 임차인이 "만기에 나가겠다"고 한 것은, 갱신을 안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갱신이 되었다고 쳐도 "갱신된 계약을 지금 미리 해지 통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통보 후 3개월 뒤면 효력이 생기는데, 지금은 만기까지 2개월이 남았고, 만기 시점엔 통보한 지 2개월이 지난 상태가 됩니다. 즉, 임대인은 늦어도 통보일로부터 3개월 뒤(만기 후 1개월 시점)에는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실무적으로는 그냥 만기에 맞춰주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4. 임대인의 현실적인 대응 전략 💡

법적으로 싸워서 이길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현실적인 수습이 우선입니다.

  • 신속한 매물 등록: "법적으로 문제없냐"를 따지기보다, 당장 오늘부터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으셔야 합니다. "입주 가능" 조건으로 내놓으면 세입자를 구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 임차인과 협의: "갑작스러운 번복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우니, 만기일에 정확히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1~2주 정도 여유를 달라"고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보증금 반환 대출: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은행에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한도를 미리 조회해 두세요.


❓ 자주 묻는 질문 (Q&A)

Q1. 만약 보증금 인상분에 대해 합의하고 계약서까지 썼다면요? 

👉 A. 그래도 임차인은 해지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썼더라도 갱신청구권에 의한 갱신이라면,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 통보를 할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해지 효력은 통보일로부터 3개월 뒤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계약서를 쓴 상태라면 임대인은 "만기에 당장 못 주고, 통보받은 날로부터 3개월 뒤에 주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방어권이 생깁니다. 또한,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을 특약으로 걸지 않았다면 위약금 청구도 어렵습니다.

Q2. 임차인이 1개월 남겨두고 번복하면요? 

👉 A. 묵시적 갱신이 되어 임대인이 유리해집니다. 만기 1개월 전까지 통보가 없었다면 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된 것(묵시적 갱신)으로 봅니다. 이때 임차인이 나가겠다고 하면, 통보일로부터 3개월간은 월세를 받거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새 세입자가 구해지기 전까지)

Q3. 세입자의 변심으로 복비(중개수수료) 손해가 발생했는데 청구 가능한가요? 

👉 A.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만기 2개월 전 통보는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이나 중개수수료를 전가할 수 없습니다.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중개수수료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Q4. 문자로 합의한 내용도 법적 효력이 있나요? 

👉 A. 효력은 있지만, '완전한 계약'으로 보느냐는 별개입니다. 문자도 계약의 증거가 됩니다. 하지만 "갱신하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금액, 기간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아, 임차인의 철회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Q5. 임대인 입장에서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A. 갱신 시점에 '계약서'를 쓰고 '배상배책 특약'을 넣으세요. 갱신청구권을 쓸 때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특약으로 "임차인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계약 파기 시 계약금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문구를 넣으려 노력해보세요. (단,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될 소지도 있지만 심리적 압박용으로는 유효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갱신청구권 자체가 임차인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법이라 완벽한 방어는 어렵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