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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버린 국밥과 2027년의 족쇄
2026년 1월의 겨울바람은 유난히도 매서웠다. 김 사장은 텅 빈 국밥집 홀에 앉아 식어버린 육수 냄비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2018년 여름, "내 음식으로 손님들 배를 따뜻하게 채우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개업했을 때만 해도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었다.
코로나도 버텼다. 배달로 근근이 버티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를 외쳤다. 그러다 2021년 5월, 건물주가 바뀌었다. 깐깐하게 생긴 새 건물주는 오자마자 임대차 계약서를 새로 쓰자고 했다.
"사장님, 깔끔하게 2년 합시다. 월세는 동결해 드릴게."
그때는 그게 고마웠다. 2023년 5월이 지났을 때, 건물주는 아무 말이 없었다. 김 사장도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월세를 입금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26년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재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손님들의 지갑은 닫혔다. 김 사장은 며칠 밤을 고민하다 건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제가 가게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달까지만 하고..."
수화기 너머 건물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김 사장님,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2021년에 2년 계약했잖아요. 그 뒤로 말 없었으니까 2년씩 자동 연장된 겁니다. 2023년에 갱신됐고, 2025년에 또 갱신됐으니 계약 만기는 2027년 4월 말이에요. 그때까지 월세 내시든가, 아니면 새로운 세입자 구해오고 중개수수료까지 다 물고 나가세요."
김 사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2027년이라니. 앞으로 1년 4개월을 더 버티라니. 매달 적자가 200만 원씩 쌓이는 상황에서 그건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아니, 사장님. 자동 연장은 1년 아닙니까? 그리고 제가 나가겠다고 하면 나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법대로 하세요, 법대로! 상가는 원래 2년씩입니다!"
전화는 뚝 끊겼다. 김 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붙잡았다. 정말 건물주 말대로 2027년까지 이 지옥 같은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걸까? 법이 정말 자영업자에게 이렇게 가혹한 걸까? 김 사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법전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건물주가 숨기고 있던, 아니면 몰랐던 '진실'을 발견했다.
⚖️ 건물주의 주장은 틀렸습니다. 당신은 '3개월 뒤'에 나갈 수 있습니다.
김 사장님, 그리고 질문자님. 안심하십시오. 건물주의 "2년씩 자동 연장되니 2027년까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완전히 잘못 알고 하는 소리입니다.
[팩트 체크 및 해결 솔루션]
묵시적 갱신의 기간: 상가 임대차에서 묵시적 갱신(자동 연장)이 되면, 그 존속 기간은 '1년'으로 봅니다. (2년이 아닙니다.)
임차인의 해지 권한: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임차인(세입자)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습니다.
효력 발생 시기: 단, 말하자마자 바로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그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결론적으로 질문자님은 지금 당장(2026년 1월) 건물주에게 "계약 해지하겠습니다"라고 통보(내용증명 발송)하시면, 3개월 뒤인 2026년 4월경에 적법하게 계약을 종료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아 나오실 수 있습니다.
📝 1년 vs 2년, 법적 근거 완벽 분석
질문자님이 겪고 계신 혼란은 '주택'과 '상가'의 법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건물주가 착각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으름장을 놓는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설명해 드립니다.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규정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에 따르면,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 중요: 이 경우 임대차의 존속 기간은 1년으로 봅니다.
주택: 묵시적 갱신 시 2년으로 봄.
상가: 묵시적 갱신 시 1년으로 봄.
(건물주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헷갈리고 있거나, 최초 계약이 2년이었으니 갱신도 2년이라고 우기는 것입니다.)
2.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권리 (제10조 제5항) 🔓
제10조 제4항에 따라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효력은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발생합니다.
현재 상황 분석:
2021.05.01 ~ 2023.04.30 (최초 2년 계약)
2023.05.01 ~ 2024.04.30 (1차 묵시적 갱신, 1년)
2024.05.01 ~ 2025.04.30 (2차 묵시적 갱신, 1년)
2025.05.01 ~ 2026.04.30 (3차 묵시적 갱신, 1년 진행 중)
질문자님은 현재 3차 묵시적 갱신 기간(2026년 4월 30일 만료) 중에 있습니다. 어차피 법정 갱신 기간이 1년이라 2026년 4월 말이면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고, 묵시적 갱신 중 해지 통보를 하더라도 3개월 뒤면 4월입니다. 즉, 어떤 법리를 적용하더라도 2026년 4월 말에는 계약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2027년 4월까지 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3.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내용증명 발송) 📮
말로만 하면 나중에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발뺌할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체국 내용증명입니다.
내용: "귀하와의 상가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왔으나, 본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5항에 의거하여 금일부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고합니다. 법에 따라 이 통고가 도달한 후 3개월이 경과하면 계약은 종료되므로, 그때 보증금을 반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내용증명이 건물주에게 도달하는 순간부터 시계는 돌아갑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3개월 뒤에 나갈 때, 새로운 세입자를 제가 구해야 하나요?
👉 A. 아닙니다. 묵시적 갱신 중 적법하게 해지 통보를 하고 3개월이 지나서 나가는 경우, 이는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한 종료와 같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의무가 없으며, 중개수수료(복비) 또한 임대인(건물주)이 부담해야 합니다.
Q2. 건물주가 "2년 계약"이라고 계약서에 적혀있지 않냐고 따지면요?
👉 A. 묵시적 갱신은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이 동일한 것입니다. 최초 계약서에 '2년'이라고 적혀 있어도, 묵시적 갱신이 되면 법률(강행규정)에 의해 기간은 '1년'으로 강제됩니다. 계약서 문구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우선합니다. 당당하게 법 조항(제10조 제4항)을 캡처해서 보내주세요.
Q3. 만약 3개월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당장 나가고 싶으면요?
👉 A. 합의가 필요합니다. 법적으로는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당장 나가려면 건물주와 합의하여 "보증금에서 3개월 치 월세를 공제하고 바로 명도하겠다"고 제안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빨리 구해서 그 사람이 들어오는 날짜에 맞춰 나가는 방법(이 경우 중개보수는 도의적으로 임차인이 내기도 함)을 써야 합니다.
Q4. 환산보증금 초과 상가도 똑같이 적용되나요?
👉 A.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울 기준 환산보증금(보증금 + 월세×100)이 9억 원을 초과하는 고액 상가라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묵시적 갱신 규정(제10조)이 적용되지 않고 '민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민법상 묵시적 갱신: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로 보며,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 통고 가능.
효력: 임대인이 통고받은 후 1개월 뒤 효력 발생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이 얼마인지 먼저 계산해 보세요.
Q5. 건물주가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배째라고 하면요?
👉 A.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세요. 계약 종료일(해지 효력 발생일)이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안 주면, 짐을 다 빼지 말고(점유 유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등기부에 '임차권'이 기재된 것을 확인한 후에 이사를 가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어 나중에 경매 등에서 보증금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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