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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기 감나무와 시행사의 계산기
2026년 2월의 차가운 바람이 김철수 씨(가명)의 옷깃을 파고들었다. 그는 30년 넘게 살아온 집 마당에 서서,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감나무를 쓰다듬었다. 이 땅은 단순한 흙덩어리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뛰놀던 터전이자, 철수 씨의 노후가 담긴 보물단지였다. 하지만 지금 이 땅은 '690세대 자이 아파트 진입로'라는 삭막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선생님, 이번이 마지막 제안입니다. 평당 3천만 원. 이거 안 받으시면 저희는 그냥 공탁 걸고 수용재결 들어갑니다. 아시죠? 법대로 하면 시간은 좀 걸려도 저희가 무조건 이깁니다."
검은 롱패딩을 입은 시행사 직원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묘한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철수 씨는 기가 찼다. 불과 3년 전, 이전 시행사가 찾아왔을 때는 평당 8천만 원에 계약서를 썼었다. 비록 그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휴지 조각이 되었지만, 이 땅의 잠재 가치는 그들이 더 잘 알 터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기가 안 좋다며 반토막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다니.
"이보시오, 젊은 양반. 바로 옆 대로변 땅은 평당 8천을 불렀다면서, 내 땅은 골목이라 3천이요? 이 도로가 안 뚫리면 아파트 준공 허가가 나나? 그리고 내 땅 70%를 도로로 내주면 남은 20평짜리 자투리땅에는 개집이나 지으란 소리요?"
철수 씨의 호통에 직원은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매뉴얼대로 대꾸했다.
"그건 옛날이야기고요. 저희는 감정평가대로 갑니다. 정 안 되시면 설계 변경해서 선생님 땅 빼고 갈 수도 있어요. 그럼 선생님 땅은 맹지 되는 겁니다. 한 달 드립니다. 생각해보세요."
직원이 돌아가고 철수 씨는 곰곰이 생각했다. '설계 변경? 도로 폭을 줄인다고? 교통영향평가 다시 받으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텐데, 12월 착공이라며?' 시행사의 말에는 모순이 있었다. 그들은 급했다. 금융 이자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으니까. 철수 씨는 서랍 깊숙한 곳에서 3년 전 계약서와 주변 시세표를 꺼냈다. 그리고 돋보기를 꼈다.
"후려치기라 이거지... 누가 이기나 해보자."
철수 씨는 단순히 버티는 '알박기'가 아니라, 내 재산을 지키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 '시간'은 당신의 편, 시행사의 '허세'를 간파하라
질문자님의 상황은 전형적인 **'알박기 프레임 씌우기'와 '벼랑 끝 전술'**이 섞인 협상 단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행사가 제시한 "한 달 내 협상 불가 시 강제 수용"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고도의 심리적 압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자님께서 취해야 할 핵심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용재결' 협박의 진실 파악: 민간 아파트 건설 사업에서 시행사가 강제로 땅을 뺏는 '수용(공탁)'을 하려면, 해당 도로가 '도시계획시설(공공도로)'로 지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아파트 진입로라면 **'매도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업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시행사가 "아직 95%가 넘었는지 확실치 않다"라고 흐리는 것을 볼 때, 그들은 아직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확률이 큽니다.
잔여지 매수 청구의 강력한 주장: 67평 중 70%가 도로로 편입되고 남은 20평은 건축행위가 불가능하거나 효용 가치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 경우 '잔여지 가치 하락에 대한 보상' 또는 **'잔여지 전체 매수'**를 요구하는 것은 토지보상법상 정당한 권리입니다. 이를 맹지로 만들겠다는 협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계약 데이터 활용: 3년 전 평당 8천만 원 계약은 비록 해지되었으나, 해당 토지의 **'잠재적 가치'**를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감정평가는 현재의 시세를 반영하지만, 협상은 미래 가치와 시행사의 '지체 보상금(이자 비용)'을 반영해야 합니다.
✅ 최종 행동 지침: 시행사의 데드라인(한 달)에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나는 사업에 협조할 의사가 있으나, 과거 시세와 잔여지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헐값에는 절대 합의할 수 없다. 95% 확보 증빙을 가져오고, 잔여지까지 포함한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 공식화하십시오.
📝 시행사의 논리를 깨부수는 법적/실무적 분석
시행사가 던진 말들 속에 숨겨진 허점과 질문자님이 쥐고 있는 카드를 상세히 분석해 드립니다.
1. "수용재결" vs "매도청구"의 차이점
시행사는 '수용'이라는 단어를 쓰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 주택건설사업(아파트)은 원칙적으로 '매도청구(주택법 제22조)' 대상입니다.
매도청구권: 사업 주체가 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나머지 5% 미만 소유자(알박기 포함)에게 "시가"로 팔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용재결: 도로가 지자체에 기부채납되는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인가받았을 때 가능합니다. 만약 시행사가 구청에 설계 변경을 해서 도시계획시설로 인가받겠다고 한다면, 이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최소 6개월~1년).
결론: 시행사가 한 달 안에 끝내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단지 금융 비용(PF 이자)을 아끼기 위해 질문자님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2. "설계 변경"의 현실성 (블러핑 가능성)
"협상 안 되면 도로 설계 바꿔서 선생님 땅 뺄 겁니다."라는 말은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흔한 멘트입니다.
아파트 진입로 폭은 교통영향평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690세대 규모라면 일정 너비 이상의 진입로가 필수적입니다.
질문자님의 땅이 도로 확장에 필수적인 위치(특히 코너나 진입부)라면, 설계를 변경하는 것 자체가 사업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는 대공사입니다. 이는 시행사에게 막대한 손해(분양 지연)를 입힙니다. 따라서 이는 **90% 이상 블러핑(허세)**입니다.
3. 감정평가액(3천만 원) vs 기대가격(8천만 원)
감정평가는 보수적으로 책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매도청구 소송으로 가더라도 법원은 **'개발이익이 포함된 시가'**를 기준으로 판결합니다.
특히 3년 전 8천만 원 계약 사실, 주변 3,500만 원 거래 사례(입지가 더 안 좋은 곳) 등은 법원에서 가격을 다툴 때 매우 유리한 자료입니다.
협상 팁: 평당 8천만 원을 고수하기보다, [평당 5~6천만 원 선 + 잔여지 20평 동일 단가 매수] 등으로 현실적인 타협안을 제시하되, 시행사가 거절하면 소송(시간 끌기)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시행사에게 시간은 돈입니다.
4. 잔여지(자투리땅) 보상 문제
토지보상법 제74조에 따르면, 동일한 토지 소유자에 속하는 토지의 일부가 취득됨으로 인해 잔여지를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할 때 잔여지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70%가 도로로 잘려 나가고 20평만 남는다면, 건폐율/용적률 적용 시 건물을 짓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당연히 도로 부지와 같은 단가로 매수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시행사가 진짜로 공탁 걸고 공사를 강행할 수 있나요?
👉 A. 조건부로 가능합니다. 만약 해당 도로 사업이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실시계획 인가가 났다면,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거쳐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고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 아파트 진입로의 경우, 95% 지분을 확보하여 매도청구 소송 승소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강제 집행이 어렵습니다. 1심 승소만으로 바로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은 가집행 선고가 있어야 가능한데, 토지 인도 소송은 신중하게 다뤄지므로 즉시 강제집행은 쉽지 않습니다.
Q2. 소송으로 가면 제가 불리해질까요?
👉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송으로 가면 시행사는 '감정가'를 주장하겠지만, 법원 감정은 시행사가 제시한 사설 감정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소송 기간(최소 6개월~1년) 동안 발생하는 시행사의 금융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시행사는 소송 끝까지 가기보다 적정선에서 합의하려 할 것입니다. 소송은 질문자님의 '시간 끌기' 레버리지입니다.
Q3. 잔여지 20평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요?
👉 A. 무조건 시행사에게 **'전체 매수'**를 요구해야 합니다. 도로 개설 후 남은 20평은 모양이 부정형이거나 맹지가 될 가능성이 커서, 나중에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애물단지가 됩니다. 이번 협상에서 잔여지 매수를 조건으로 걸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Q4.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까요?
👉 A. 네, 적극 권장합니다. 토지 보상 액수 차이가 억 단위로 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일반 변호사보다는 '토지 수용 및 보상 전문',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찾으세요. 착수금과 성공보수(증액분의 일정 %)를 약정하고 대응하면, 시행사도 질문자님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것입니다.
Q5. 2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 구청에 설계 변경 접수한다고 합니다. 진짜일까요?
👉 A. 전형적인 압박용 멘트입니다. 설계 변경 서류를 준비하고 도면을 새로 그리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접수하려면 하셔라. 나는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 하겠다"라고 담대하게 대처하십시오. 조급해하는 쪽은 질문자님이 아니라 12월 착공을 맞춰야 하는 시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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