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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나 월세로 살다 보면 계약 기간 중에 집주인(임대인)이 바뀌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됩니다. "집을 팔게 되었으니, 새 주인과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죠. 내 보증금은 안전한지, 깐깐하게 넣어두었던 특약들은 그대로 지켜지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최근 저에게 들어온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특약의 승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전 임대인과 맺었던 "현 등기사항을 만기 시까지 유지한다"는 아주 중요한 특약이, 바뀐 주인에게도 유효한지, 그리고 이를 어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왜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법적인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제 경험과 법률적 상식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 1. "새 주인과 계약서 다시 썼어요" : 법적으로 꼭 필요했을까?
질문 주신 분은 임대인이 바뀌면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했고, 거기에 "본 계약은 매매로 인한 임대인 변경에 따른 계약이며, 종전의 계약을 승계한다"라는 문구를 넣으셨습니다. 아주 꼼꼼하고 잘하신 일입니다. 하지만 법적인 관점에서 조금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 상황에서는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무방했습니다.
⚖️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강력한 힘 (포괄 승계)
우리나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이 문장이 가진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집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세입자가 쫓겨나거나 계약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위를 승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증금 돌려줄 의무만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계약 기간
월세 및 관리비 조건
그리고 기존 계약서에 명시된 '특약 사항'까지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집주인에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즉, 질문자님이 굳이 새 계약서에 "종전 계약을 승계한다"는 문구를 넣지 않았더라도, 법은 이미 "당연히 승계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2. '등기부등본 현 상태 유지' 특약의 효력과 새 집주인
질문자님이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은 바로 이 특약일 겁니다.
"현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 내용을 만기 시까지 유지하기로 한다."
이 특약은 보통 임대인이 임차인 몰래 추가 대출(근저당)을 받거나, 집에 가압류가 걸리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넣는 '방어막'입니다.
🔍 새 집주인에게도 이 특약이 유효한가요?
네, 100% 유효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포괄 승계'의 원칙에 따라, 새로운 임대인은 전 임대인이 약속했던 의무를 그대로 떠안게 됩니다. 전 집주인이 "대출 안 받기로 약속"했다면, 새 집주인 역시 그 약속에 구속됩니다.
질문자님께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 계약서에 승계 조항을 넣으셨는데, 이는 법적 효력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법적 효력을 서류상으로 '재확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렇게 명문화해 두면 나중에 새 집주인이 "나는 그런 특약 몰랐다"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심리적, 증거적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따라서 헛수고를 하신 건 아닙니다. 다만, 계약서를 쓰지 않았더라도 법적으로는 보호받고 있었다는 점을 알고 계시면 마음이 훨씬 편하실 겁니다.
🚫 3. 만약 새 집주인이 특약을 어기고 대출을 받는다면?
가장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특약이 유효하다는 건 알겠는데, 만약 새 집주인이 이를 무시하고 은행 가서 대출을 실행해 버리면 세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청구
임대인이 '제한물권 설정 금지(추가 대출 금지)' 특약을 위반했다면,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채무불이행)에 해당합니다.
즉시 계약 해지 가능: 임차인은 이를 이유로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겠다고 통보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 요구: 계약이 해지되었으니 즉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이사비, 중개수수료, 다음 집을 구할 때까지의 임시 거주비 등)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현실적인 팁 (Tip)
하지만 현실적으로 은행이 집주인에게 대출을 해줄 때, 세입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세입자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대출이 실행된 뒤에 "계약 해지해!"라고 해봤자, 당장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는 집주인이라면 소송으로 가야 하는 피곤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 특약은 '예방적 차원'의 성격이 강합니다. "네가 대출을 받으면 나는 계약을 깨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거야"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새 임대인과의 계약서에 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 도장을 찍으셨으니, 새 임대인도 이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 4. 계약서 재작성 시 주의해야 할 '독소 조항'
많은 분들이 임대인이 바뀌면 부동산에서 오라는 대로 가서 도장을 찍어주곤 합니다. 하지만 이때 절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 확정일자와 우선변제권
기존 계약서에 받아둔 확정일자는 내 보증금을 지키는 순번표입니다. 만약 새 계약서를 쓰면서 보증금 금액을 증액하거나 조건을 변경하여 새로운 확정일자를 받게 되면, 그 사이 공백기에 들어온 다른 권리(가압류 등)보다 순위가 밀릴 수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경우처럼, "기존 계약을 승계한다"는 내용만 담고 보증금 변동 없이 작성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기존 계약서를 그대로 두고, 변경된 내용(임대인 인적사항)만 기재한 합의서나 부기'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새로 계약서를 쓴다면, 특약란에 반드시 이렇게 적어야 합니다.
"본 계약은 기존 OOOO년 OO월 OO일 자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임대인 명의 변경으로 인한 승계 계약임. (기존 확정일자의 효력 유지)"
🚩 결말: 불안해할 필요 없는 '완벽한 방어'
질문자님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이미 튼튼한 방탄조끼(주택임대차보호법)를 입고 있는데, 그 위에 철판(새 계약서 특약)을 하나 더 덧댄 상황"입니다.
새로운 임대인과의 계약서 작성은 법적으로 필수는 아니었지만, 임대인에게 기존 특약(등기 유지 의무)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서명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심리적 안전장치를 확실히 걸어 잠근 셈입니다.
질문자님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간단합니다.
가끔 등기부등본을 열람하여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었는지, 혹시 모를 대출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인터넷 등기소에서 700원이면 확인 가능)
만약 특약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꼼꼼하게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자세만 유지하신다면 어떤 임대인을 만나더라도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집주인이 바뀌면 전세자금대출은 어떻게 되나요?
A. 집주인이 바뀌어도 전세자금대출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은행에서는 임대인 변경 사실을 알아야 하므로, 은행에 전화해서 "집주인이 바뀌었습니다"라고 통지하고 필요한 서류(바뀐 등기부등본 등)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나가라고 하면요?
A. 임대인 지위가 승계되므로, 새 집주인도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사유(실거주 등)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기존 계약 기간 중에는 내보낼 수 없으며, 계약 만기 6개월~2개월 전 갱신 시점에 실거주를 통보해야 합니다.
Q3. 새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하나요?
A. 보증금 증액이 없다면 다시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 계약서의 확정일자가 내 순위를 지켜주는 핵심입니다. 기존 계약서를 절대 버리지 마시고, 새 계약서와 함께 잘 보관하세요. 만약 보증금을 올려줬다면, 올려준 금액만큼에 대해서만 새 계약서를 쓰고 확정일자를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
Q4. 이전 집주인에게 받았던 장기수선충당금은 누구한테 받나요?
A. 계약이 끝나고 나갈 때, 새로운 집주인에게 청구해서 받으면 됩니다. 임대인의 지위가 포괄 승계되었기 때문에, 정산의 의무도 새 집주인에게 넘어갑니다.
Q5. 새 집주인이 연락처를 안 알려줘요.
A. 등기부등본을 떼보면 새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가 나옵니다. 중개사를 통해 연락처를 확보하시거나, 정 급한 경우 등기부상 주소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은 매매 계약 시 임차인에게 통보가 오니 그때 연락처를 저장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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