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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에서 장사를 하다 보면 매출 걱정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임대인(건물주)과의 갈등이 터져 나올 때가 있습니다. 특히 "보증금에서 까겠다"라는 말만큼 임차인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드는 말도 없죠.
최근 저에게 들어온 사연 중, 임대차 계약 전부터 존재했던 '부설 주차장 불법 용도 변경' 문제로 구청에서 행정처분이 내려지자, 임대인이 그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을 "임차인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통보해온 황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영업 중에 공사를 해야 하니 문을 열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상황이었죠.
계약서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특약이 없는데, 과연 임대인의 말이 법적으로 타당할까요? 오늘은 억울한 임차인이 되지 않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보증금 방어 논리와 임대인의 수선 의무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 1. 보증금은 임대인의 '쌈짓돈'이 아닙니다
먼저 결론부터 확실하게 말씀드리면, 임대인은 행정처분 과태료를 임차인의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습니다.
보증금(Security Deposit)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중 체납한 차임(월세)이나, 임차인의 과실로 인해 목적물(상가)이 멸실·훼손되었을 때 발생하는 손해배상 채무를 담보하는 것입니다.
💰 왜 공제할 수 없는가?
귀책사유의 부재: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해당 위반 사항(주차장 문제)이 계약 체결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즉, 임차인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아닙니다. 건물 자체의 하자가 불법성으로 인해 발생한 행정처분(과태료, 이행강제금)은 소유권자인 임대인에게 부과되는 공법상의 의무입니다.
특약의 부재: 계약서에 "건물 관련 과태료는 임차인이 부담한다"라는(사실 이런 특약도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가 될 소지가 큽니다만) 문구가 전혀 없습니다. 근거 없는 비용 전가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내 건물에서 장사하니까 당신도 책임이 있다"라고 우길 수 있지만, 이는 법적 효력이 없는 억지에 불과합니다. 만약 임대인이 이를 빌미로 보증금을 덜 돌려준다면, 이는 명백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 위반이 됩니다.
🛠️ 2. 영업 중 공사 협조, 무조건 해야 할까?
임대인이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혹은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공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손님이 가장 많은 점심시간이나 주말에 와서 공사판을 벌이겠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 민법 제624조 (임대인의 보존행위)
"임대인이 임대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때에는 임차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건물을 유지·보수하는 행위에 대해 임차인의 '수인 의무(참아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불법 건축물로 찍혀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사라면,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협조해야 합니다.
⚖️ 하지만 '영업권'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협조 의무가 있다고 해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영업을 방해하면서까지 마음대로 공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사 시기 조율: 임차인은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지 않는 시간(영업 종료 후, 휴무일 등)으로 공사 일정을 변경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만약 임대인이 막무가내로 영업시간에 공사를 강행하여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 손해액 입증은 임차인의 몫이므로 매출 장부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즉, "공사는 하게 해 줄게. 대신 내 장사 안 망치게 저녁에 해라. 만약 낮에 해서 손님 다 쫓아내면 그 손해는 네가 물어내라"가 정답입니다.
📝 3. 임차인이 취해야 할 단계별 행동 요령
임대인이 말로만 겁을 주는 단계인지, 실제로 행동에 옮길 기세인지 파악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싸우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1단계: 내용증명 발송 (증거 남기기) 📮
임대인의 부당한 요구가 계속된다면, 구두로 싸우지 말고 내용증명을 보내세요. 변호사가 쓴 것처럼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조가 좋습니다.
[내용증명 핵심 내용 예시]
수신인: 임대인 OOO
발신인: 임차인 OOO
내용:
귀하가 언급한 주차장 관련 행정처분 사유는 본 임대차 계약 체결 전부터 존재했던 건물의 하자로, 임차인에게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습니다.
계약서상에도 이에 대한 비용 부담 특약이 없으므로, 보증금 공제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만약 공제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행정 명령 이행을 위한 공사에는 협조하겠으나, 본인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시간대는 불가합니다. 영업 손실 최소화를 위해 야간 또는 휴무일에 진행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2단계: 협상 및 기록 📷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면, 공사 전후 사진을 촬영하고, 공사로 인해 영업을 못한 시간이나 손님이 돌아간 정황 등을 꼼꼼히 기록해 두세요. 이는 나중에 보증금을 덜 돌려받았을 때 소송에서 아주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 결말: 법은 준비된 자의 편입니다
결론적으로, 임대인의 "보증금에서 깐다"는 주장은 실현 불가능한 엄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대인 본인도 건물 관리 소홀로 인한 과태료 폭탄이 무서워 임차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말은 '공사는 협조하되, 비용은 임대인이 100% 부담하고, 공사 시간은 임차인이 정하는 것'입니다.
비용 방어: 계약서와 발생 시점을 근거로 과태료 부담을 거부하세요.
공사 조율: 건물을 고쳐야 임차인도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습니다. 공사는 허락하되, 영업 손실이 없는 시간대로 주도권을 잡고 협의하세요.
만약 임대인이 막무가내로 보증금을 차감하고 돌려준다면?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과 '지연 이자 청구'를 진행하면 됩니다. 승소 확률이 매우 높은 싸움이니, 미리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시길 바랍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임대인이 "특약은 없지만 관례상 임차인이 낸다"라고 우기면요?
A. 법 앞에서 '관례'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특히 금전적인 의무를 지우는 일은 반드시 계약서(문서)에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나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하며 강경하게 대응하세요. 그런 관례는 없습니다.
Q2. 공사 때문에 장사를 3일이나 못했어요. 월세 깎아달라고 해도 되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민법 제627조에 따라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 없이 사용 불가능하게 된 경우, 그 부분의 비율에 의한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사로 인해 공간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면, 해당 기간만큼의 월세 차감이나 면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Q3. 이 문제로 임대인이 재계약을 거부하면 어쩌죠?
A.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은 최대 10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월세를 3기 이상 연체하거나 건물을 파손하는 등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임대인은 단지 사이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Q4. 공사하는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물건을 파손했어요.
A. 공사 주체는 임대인 측이 고용한 사람들입니다. 즉, 그들의 행위로 인한 손해는 임대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파손된 물건 사진을 찍고 견적서를 받아 임대인에게 청구하세요.
Q5.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 100만 원을 떼고 줬어요. 소송하기엔 변호사비가 더 들지 않나요?
A. 소액 사건의 경우 '나홀로 소송'이나 '지급명령 신청'을 이용하면 큰 비용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송 비용까지 청구하겠다"라고 하면 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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